똥 살리기, 땅 살리기  조셉 젠킨스/ 이재성 옮김  녹색평론사 2004

시 작
 

“자연의 조화는 살아있는 생물들 사이의 복잡하고 정밀한 상호관계를 완벽하게 정립하고 있는 하나의 체계이다. 낭떠러지 끝에 서있는 사람이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는 무사할 수 없듯이 인간은 이 체계를 벗어나서는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이 책 재판을 쓰고 있던 중 나는, 연방정부의 자금을 지원 받아 ‘지역별 재난대비책 편람(Community Disaster Preparedness Manual)’을 작성하는 국가적 계획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 계획은, 컴퓨터 설계의 결함 때문에 전 문명이 붕괴될 것이라는 ‘Y2K(2000년)’ 시나리오로 인한 불안감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컴퓨터가 새 천년의 시작을 인식하지 못해 체계는 붕괴되고 말 것이며, 그 결과 여러가지 재난이 일어나고 특히 전기, 물, 식품, 연료의 공급이 오랫동안 차단될 것이라는 경고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 편람을 작성하는 사람들은 이와 같은 혼란이 이틀일 수도 있고, 두주일 수도 있으며, 두달일 수도 있다는 가정 아래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는 내용을 포함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모든 문제에 대해 임시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 ─ 식품(저장해두면 된다), 연료(나무나 등유 난로를 임시로 사용하면 된다), 전기(임시방편으로 촛불을 대용한다). 그러나 한가지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사실, 여러 전문가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부정적 견해 때문에 그들은 그 계획 자체를 포기하려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전화를 건 사람이 털어놓았다.

도대체 해결할 수 없다는 그 문제는 바로 오수처리였다. 변기를 씻어내리지 못하게 될 때 어떻게 하는가? 물이 나오지 않거나 하수구가 막히면 어떻게 하는가? 수세식 화장실은 편리하지만 전적으로 전기와 물에 의존하고 있다. 전기가 나가거나 물이 없을 때 우리는 변기를 씻어내릴 방법이 없다 ─ 속수무책인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 ─ 폐수처리시설 책임자, 폐기물 관리자, 오수처리 전문가 ─ 에게 자문을 요청했더니 모두 빈칸으로 남겨놓았던 것이다. 한가지 제안은 무동력 배수구를 이용하여 오수를 폐수처리장으로 보내고 방류하기 전에 염소로 강하게 처리하는 방법이었다. 이 방법은 염소가 동이 날 때까지 2주간은 사용될 수 있으나 그 뒤로는 생 오수를 그대로 방류하지 않으면 안되는 선택이다. 게다가 염소는 폐수처리장에도 2주일 사용분량밖에 보관하지 않을 정도로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인 것이다. 어쨌든 2주일 뒤에는 생 오수를 그대로 환경에 방출하고 뒤따라 전염병이 만연할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시나리오가 대세를 이루었다.

그 사람과 통화하면서 두가지 생각을 했다. 하나는 우리가 영원히 살 수는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낭비적이고 내던져버리는 삶의 방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환경의 반격에 부딪칠 것이다. 인간의 무절제한 생활이 빚어낼 지구환경의 변화, 암이나 새로운 전염병의 만연, 기타 각종 재난을 생각하면 컴퓨터 붕괴로 인한 재난은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가느다란 구명줄에 생명을 맡기고 있는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전력의 부족사태, 식품이나 에너지 부족사태 같은 것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정신을 차리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또 하나는, 모든 건설적인 오수처리 대안에 대하여 우리 사회가 얼마나 철저히 외면해왔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배설물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외면해온 바로 이 사실이 우리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빌미가 된 것이다. 수세식말고는 아무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세식을 가동할 수 없을 때에는 그대로 내다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큰 실수다. 값진 유기물 자원을 낭비할 뿐 아니라, 환경을 오염시켜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재난편람팀에게 20리터짜리 들통 두개와 톱밥 한포대만 있으면 한사람이 2주일간 사용할 임시변소가 된다고 말했다. 퇴비장을 마련하고 톱밥만 공급되면 언제까지나 지속하여 사용할 수 있는 변소가 된다고 덧붙여주었다. 톱밥변기를 잘 관리하기만 한다면, 보스턴 교외에서는 물론 시카고 고층아파트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똥의 실체를 제대로 보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똥은 폐기물이 아니라 자원이다. 그것을 자원으로 볼 때 재순환할 수 있는 방법도 보인다. 똥을 폐기물이라고 고집하면 우리 스스로 장님이 되는 것과 다름없다. 처리해서 내버려야 할 폐기물이라고 믿음으로써 우리 스스로 엄청난 짐을 지는 셈이다.

 

이 책의 초판은 네번 인쇄되었고 31개국으로 퍼져나갔다. 캐나다, 영국, 및 미국의 라디오 방송에서 그리고 미국의 텔레비전에서 이 책을 다루어주었다. 또한 AP통신과 여러 전국적인 잡지에서도 기사화하였다. 물론 출판계에서 이 정도는 보통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자가출판한 저자의 첫 저작물로서는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자가출판’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 책을 저자인 나 한사람이 쓰고, 디자인하고, 인쇄하고, 판매하였다는 뜻이다. 나는 유산이 많거나 돈 많은 부자가 아니다.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우리집 침실 옆에 붙어있는 작은 사무실에서 겨울 동안 책을 썼다.

이 책을 처음 출판할 생각을 했을 때 다소 주저한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미국에서 인분퇴비를 만든다는 것은 동물을 종교적 목적으로 제물로 바치는 것만큼이나 기이한 개념인 것이다. 십수년간 들통에 용변을 보았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생각해보았다. 괴짜로 취급받을 게 뻔했다. 철물점주인 머얼은 더이상 나와 악수를 하려 하지 않거나 아니면 악수하자마자 손을 박박 씻어댈지도 모른다. 정말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주기를 내가 바랐던 것인지조차 확실치 않다. 내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손 치더라도 어디에 있는 누구인지 알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미국에는 250명쯤(백만명에 한명) 그런 사람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적은 부수를 인쇄하였다. 내가 직접 한사람 한사람씩 250명의 독자를 찾아낼 때까지 내 창고에 쌓아놓으리라 생각하면서.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책이 출간되자마자 내 친구가 한권 보내달라고 연락하였다. 그는 신문기자인 여자친구에게 책을 보여주었고 그녀는 카메라를 들고 우리집에 나타났다. 며칠 뒤 가족의 인분을 퇴비로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가 퇴비더미를 쇠스랑으로 찌르고 있는 내 사진과 함께 AP통신에 실렸다. 텔레비전에서도 뉴스감이 된다고 생각했나 보다. 텔레비전에서 내 책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았다고 친구가 전화를 했다. 아침뉴스 앵커가 텔레비전에서 똥이라는 말을 할 때 더듬거리더라면서 내 친구는 큰소리로 웃었다. 《인분 핸드북》에는 ‘똥의 하루’라는 장이 있다고 누군가 미리 귀띔을 해주었어야 하는데.  

다음에 수녀들로부터 수녀원에 와서 강연을 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지만 나는 그 요청에 응했으며, 그 만남에서 그들은 영성과 겸손에 대하여 내게 가르침을 주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제4장에서 이야기하겠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사람과의 만남으로 나는 새로운 것을 점점 더 많이 배우는 체험을 가지게 되었다. 한편 책도 잘 팔려서 갈수록 많은 부수를 인쇄했고 강연 요청도 많아졌다. 그러자 펜실베이니아주 환경부에서 이 책이 환경상을 받게 되었다고 알려왔다. 런던에서 BBC로부터도 전화가 와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아무도 이 책을 읽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마저 가졌던 나로서는 꽤 유명해진 셈이었다.

독자들로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모든 반응이 긍정적인 것을 보면 책을 좋아했던 사람들만 독후감을 보내는 것 같다. 그 가운데에는 대단히 흥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이 책의 중간 중간에 소개하였다.

도대체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마도 1979년 이래 직접 우리 식구들의 분뇨를 간단한 방법으로 퇴비로 만들어왔기 때문일 것이다(이 책을 쓰는 시점을 기준으로 20년간 지속해왔다). 퇴비는 언제나 우리 식구들의 먹거리를 재배하는 데에 사용하였으며, 우리집에서는 어떤 오수도 방출한 적이 없다. 대신에 인분을 포함해서 우리집에서 나오는 모든 유기물을 퇴비로 만들어 흙으로 돌려보냄으로써 텃밭을 비옥하게 유지하고 동시에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였다.

이 책을 쓰는 동안 어느 신문기자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젊은 여기자는 물었다. “오수는 어떻게 처리하지요?”

“우리집에서는 오수가 나오지 않습니다.” 나는 당연하게 대답했다. “우리는 이곳에 20년간 살아왔지만 한번도 오수를 방출한 일이 없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뜨악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그녀의 얼굴은 사진이라도 찍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내 말을 믿지 못하는 그 기자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일 것이다. 오수는 우리가 물 속에 배설을 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고, 분뇨를 물에 섞지 않고 수거하여 퇴비로 만들면 오수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나는 간단히 설명했다. 그녀는 꼭 이 책을 읽고, 방금 터득한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고 정립하겠노라고 약속했다. 바로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써야 했던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주제에 대해서 자료를 수집하면 할수록 인분의 재순환에 관한 작지만 값진 자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처음 인분퇴비의 개념을 접하게 되면 황당하게 생각하는데 그것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오해하기도 쉽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자료들을 정리하여, 인분퇴비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썼다. 해결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최소한 이 문제와 관련된 정보를 구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출발점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고 또 전문가인 체하지도 않는다. 다만 24년간의 퇴비만들기와 유기농업의 경험에서 몇가지 배운 것이 있고, 그것들이 일반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그것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하니, 각자가 이해하고자 하는 부분만 자기 것으로 소화해주면 고맙겠다.

참, 철물점의 머얼은 지금도 나와 악수하기를 마다하지 않고 나도 그의 고무장갑에 익숙해졌다.


  저자

  조셉 젠킨스(Joseph Jenkins)

  조셉 젠킨스 씨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서쪽 2만평이 조금 넘는 부지에 직접 집을 짓고 부인 제닌과 함께 여섯 아이들을 키우며 살고 있다. 그는 1975년부터 유기농을 시작하였으며, 1977년부터는 인분을 직접 퇴비화하여 사용하고 있다. 일년 중 6개월은 원래 직업인 슬레이트 지붕수리 사업을 하고, 나머지 6개월은 저술과 출판에 종사하고 있다. 젠킨스 씨는 이 저서 《인분 핸드북》으로 1998년 펜실베이니아 환경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이 책은 2000년에, 뛰어난 '자가출판물'에 수여하는 '독립출판 -- 올해의 우수도서상'에 선정되었으며, 출판마케팅협회로부터 '벤자민 프랭클린상'을 받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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